남의 밥상에 대체 무슨 유감이 그리 많은가. 이야기

우리들의 친구 식물을 먹지 말아주세요.


요즘 채식진리교 ㄷㅁ님으로 인해 성스러운 음식 밸리에 짜증이 담긴 반박 포스팅들이 오르고 있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동물의 도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건 안다. 채식주의자가 된 이유가 그 때문인 사람들도 있다는 것 같고. 내가 키우는 애완동물과 같은 동물들을 어떻게 먹겠느냐 하는 주장도, 뭐, 나는 그러고 싶진 않지만 그 사람들의 마음이 뭔지는 알 것도 같다.

채식 자체를 부정하거나 반대하지는 않는다. 채식이 몸에 좋단 것도 알고, 나만 해도 사실 사랑해 마지 않는 돼지고기가 체질상으로도 별로 맞지 않는 편이다. 자극적이거나 기름진 음식은 쉽게 탈이 나 버리는 편이라 담백한 곡물과 채소 위주의 식사가 내겐 좋다. 그러니까 채식 좀 해라, 하고 엄마가 날 발로 차는데.

이런 식으로 나에게 채식이 좋다, 말하는 것은 나도 이해할 수 있다.

채식을 했을 때의 장점, 그로 인해 얻어지는 효과, 또는 자신이 채식을 하는 이유-. 뭐, 그 모든 것이 다 좋다 이거다. 동물을 잔인하게 도살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다. 나도 가축을 키우고 도살하는 데까지의 과정이 좀 더 인도적이었으면 좋겠다 생각을 하곤 하니까.

근데 그렇다고 해서 고기 먹는 사람을 무슨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이고 뇌도 없는 비인간적 생물로 매도하는 건 정말 곤란하다-_-...

트랙백 한 포스팅에 있는대로, 그렇게따지면 채식주의자들은 식물들을 좁은 땅에다 꽉꽉 밀어넣고 비료와 약품을 팍팍 쳐 가면서 괴롭게 만들어 나중엔 산 채로 잡아뽑고 뜯고 끓는 물에 쳐넣는 셈이다. 식물도 공포를 느끼고 아픔을 느낀다. 그에 관련된 실험자료, 인터넷 좀 뒤져보면 금방 나올 거다. TV에서도 심심찮게 다루는 거니까. 이게 실제로 통증이라 분류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 뭐 이런 거에 대해서는 의견이 꽤 분분한 걸로 알고 있지만, 막말로 왜 인간이 인간도 아닌 식물의 심리상태를 결정짓고 진단하는건지 모르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고[.] 열매? 열매는 나무와 완전하게 다른 개체다. 아직 나무에 달려있는 열매를 따 먹는 거?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동물 배 가르고 태아를 꺼내 먹는 거랑 다를 게 뭐냐.

어차피 사람은 먹어야 사는 동물이다. 먹자면 동물에게든 식물에게든 피해를 입힐 수밖에 없는 동물이기도 하고. 본인이 채식을 하겠다면 그건 본인 신념이니 상관없는데, 그걸 지킨답시고 다른 사람들을 매도하며 너도 채식을 해야만 한다, 채식천국 육식지옥, 하고 외치는 건 관둬줬으면 좋겠다. 아, 그리고 시체 얘기도 좀 하지 말아줬음 좋겠다. 밥상머리에다 그런 소리 하면 어르신들에게 야단맞는다.

나는 일주일에 최소 한 번, 보통 두 세 번 이상 고기를 먹는 고기 덕후다. 뭔가 주워먹은 직후라도 고기 먹으라고 하면 일단 쫓아가고 보는 고기 덕후.

나는 개고기는 먹지 않기는 한데, 이건 뭐 애완동물로서의 개 어쩌고 이런 문제가 아니고, 그냥 내가 안 먹어본 수상쩍은 고기임으로 안 먹는다, 에 가깝다. 같은 예로 토끼, 사슴, 말, 참새 등의 고기가 나에게 똑같게 적용된다. 내가 소나 돼지나 닭을 먹는 이유? 그 동물들이 안 예뻐서가 아니고 내가 먹어보고 맛이 맘에 든 고기라서 그렇다. 나는 시골서 자랐기 때문에 소가 얼마나 예쁜 눈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안다. 그래도 소고기는 어쨌든 그냥 고기다. 나는 시야 좁은 사람이라서 내가 어여뻐하는 애완동물과 같은 종이라는 이유로 내 밥상에 오른 고기가 같은 걸로 보이진 않더라.

하지만 나는 내가 정성들여 키운 토마토 화분에서 아빠가 토마토를 대뜸 따 먹었을 때, 아빠를 비난하며 눈물을 찔끔댔다. 어떻게 내 토마토를 그렇게 할 수 있냐고.

이해 가시는가? 동물을 죽여서 그 시체를 먹는다는 것에 분노하는 사람이 있다면, 식물을 죽여 먹는 것에 분노하는 사람 없으란 법 없다. 언더스탠? 물론 지금의 나는 토마토가 달린 거 보면 잘 익었구나, 이힛히, 맛있겠군. 이라는 생각 뿐이긴 하다만.

밥상에서 뭘 먹고 안 먹고 뭘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는 개인의 취향문제고 개인의 선택문제다.
내가 해산물을 증오한다고 해서 남들에게도 해산물 먹지 말라고 하는 건 지나친 참견이다.

줄줄이 늘어놨지만, 요약하자면 결국 이 이야기.


내 고기 신봉에 토를 달지 말아달라.

나는, 고기가, 아주 좋단 말이다!!!

덧글

  • 아그니 2008/10/17 22:02 # 답글

    저도 고기가 아주 좋아요./반짝
  • 리힐 2008/10/18 00:06 #

    사랑스러워요, 꼬기/ㅅ/
  • 새벽국화 2008/10/17 22:21 # 답글

    예전에 동물 죽이는 게 싫다고 채소만 먹다가
    채소가 아파한다는 걸 깨닫고 물만 먹는다던 사람이 있었지^^
    다들 나중엔 그렇게 될지도 몰라.
  • 리힐 2008/10/18 00:06 #

    난 오늘도 죽은 돼지를 먹고 왔다./근엄
  • 정후 2008/10/18 10:34 # 답글

    이것 먹지 마라 저것 먹지마라.
    누구 장단에 맞춰 줘야 된단 말입니까.

    그런 식으로 할 것 같으면 아예 굶고 살아라고 해요.
    참 인간들은 이기적이죠.

    그나저나 저도 고기 덕후입니다. (생선까지 포함)
    자다가도 고기 먹으러 가자하면 벌떡 일어나서 제일 먼저 나갈 준비해놓고 있죠.
    아주 고기라면 사죽을 못쓰는 여자 (쿨럭;)
  • 리힐 2008/10/18 13:40 #

    고기 너무 좋아요/ㅁ/
    채식 쪽을 좀 많이 해야 된다는 건 아는데 그래도 고기나 생선으로 눈이 가는 건 도리가 없구요. 다만 화학조미료가 많이 든 음식은 좀 피하는 게 낫다는 생각은 해요.
    하다못해 외식을 좀 많이하면 확실히 몸 상태가 달라지더라구요. 집에서 먹는 거랑 비교도 안 되게 조미료가 팍팍 들어가서 그런지...
  • 2008/10/18 13:59 # 삭제 답글

    저도 고기 좋아요 고기^ㅁ^
  • 리힐 2008/10/18 14:57 #

    남의 살을 먹어야 파워가 솟아요//ㅁ//
  • 헤비스모커 2010/06/30 14:33 # 답글

    헐 전 해산물 무지 좋아하는데;;;;

    대신 고기는 그닥 안좋아하는.... 일년에 열번이나 먹나 -_-a...
  • 리힐 2010/06/30 14:45 #

    저는 고기는 아주 좋아하는데 해산물 종류는 거의 먹는 게 없어요. 요즘엔 그래도 새우나 게나 조개까지는 조금씩 먹지만. 회는... 조금씩 먹기 시작하는 참이었는데 된통 체한 후로는 회만 봐도 급격한 거부감이 올라옵니다orz
  • 2010/06/30 14:5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리힐 2010/06/30 15:15 #

    갑자기 예전 글에 덧글이 달리는 건 요새 또 이오쟁패를 불타게 하는 그 문제 때문인 걸까요.
    근데 전 역시 고기가 좋으니까 채식주의자는 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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